비위 조사대상 직원이 변호사 대동하겠다는데…

입력 2023-07-25 15:50  


지난 1월 기업 인사·감사 담당자에게 조사대상 직원의 방어권과 관련,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하급심 판결이 내려졌다.

대상판결은 기업이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이탈해 자택체류하면서 개인 업무를 처리한 영업직원에 내린 징계 효력을 다루고 있다. 징계 유효의 최종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법원은 조사 및 징계절차상 여러 쟁점을 검토했는데, 그 중 하나가 ‘기업 감사팀이 자택 근처에서 잠복·촬영한 영상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서 비위 입증을 위해 사용할 수 없게 되는지’였다.

영업직원은 해당 영상은 자신의 헌법상 권리인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촬영·수집된 증거이니 비위행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영상 촬영은 영업직원 근태 확인 및 증거 확보 등을 위해 부득이했고, “설령… 채증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더라도” 자유심증주의 원칙 등을 고려할 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2021가합541337).

한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잘 들여다보면 위 대상판결 판시는 조사대상 직원 방어권 문제에 관해 간접적이나마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위법성이 있다고 보더라도”라는 가정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기업이 조사대상 직원의 비위행위 입증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음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조사대상 직원에게 위법 수집 증거라는 점을 들어 어떤 증거를 기업으로 하여금 징계 판단에서 고려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방어권은 없다고 본 것이다. 물론 조사대상 직원이 수집 절차상 위법을 원인으로 기업에 손해배상책임 등 다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개로 따질 문제다.

대상판결이 다루는 비동의 영상 촬영 외에도, 기업은 실무상 조사 단계에서 조사대상 직원이 방어권을 주장하는 다양한 상황을 마주한다. 여기서는 특히 자주 등장하는 세 가지 상황과 이 때 기업이 유의할 사항을 알아본다.

우선, 징계를 위한 조사 면담시 조사대상 직원이 본인의 변호사 참관을 요구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조사 단계에서는 기업에게 운영상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취업규칙 등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조사대상자에게 그런 참관 요구를 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조사대상 직원이 변호사 참관 요구를 하는 경우, 기업은 (조사대상직원에 그 권리가 인정되지는 않더라도) 조사 방해가 예상되거나 비밀 누설 염려가 있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참관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요구가 등장하는 사안은 대개 기업과 조사대상 직원간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거나,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입증이 어려운 사안인 경우가 많다. 이 때 원칙대로 참관을 허용하지 않으면 나중에 조사 및 징계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더 커지게 된다. 변호사 참관 허용은 이런 부작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조사대상 직원이 다른 참고인 진술서 또는 조사 결과 작성된 보고서를 제공해 달라거나 열람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결론만 말하면 취업규칙 등에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조사대상자에게 그러한 서류 수령·열람권은 없다. 기업이 위 요구에 따르면 제보자나 조사에 협조한 직원들의 신원이 공개될 우려가 있고, 추후 이어질 수 있는 조사의 전략이 유출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기업이 그런 요구에 응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나 그 권리가 있는지의 법적 문제를 떠나, 기업은 그런 요구를 받으면, 요구한 그대로 따르지는 않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조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대안(代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Δ기업 담당자 입회 하에 개인정보나 기타 문제될 만한 사항을 삭제한 보고서 등을 열람하게 하거나, Δ징계위원회 출석요구서에서 상세하게 징계 사유와 근거를 설명하는 식이다. 앞서 변호사 참관 허용 문제에서 본 바와 마찬가지로 절차의 적법성,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며 불필요한 분쟁이 생기는 결과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사대상 직원이 조사 면담을 할 때 자신의 동의 없이 녹취를 하지 않도록 기업에 요구하고, 그러한 비동의 녹취가 있을 때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도 자주 문제된다. 이를 뒤집어 기업 입장에서 재구성하면, 조사 면담을 할 때 조사대상 직원 동의 없이 녹취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의 문제다.

먼저, 기업이 비동의 녹취를 적법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경우는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대화자간 녹취는 ‘타인간의 대화’ 녹음이 아니므로 조사대상 직원의 승낙이 없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감청은 아니며(2013도16404), 정확한 조사 면담 내용 기록과 분쟁 예방이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동의 녹취에 관하여는 (비록 조사 면담 상황에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법원이 음성권 침해를 인정한 사례가 다수 있다 (2013나8981, 2010다21962 등). 기업이 조사단계에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비동의 녹취를 강행할 특별한 이점이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따라서 기업은 원칙적으로 조사대상 직원의 동의를 받고 조사면담 녹취를 실행하는 것이 좋다.

실제 시도해보면 조사대상 직원에게 그런 동의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이 경우 기업의 녹취에는 정확한 면담 내용의 기록과 분쟁 예방이라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당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이 점을 조사대상 직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녹취 동의를 구하면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만약 거부하면, 참관인을 배석하도록 하고 조사 면담을 진행하는 차선책을 취하면 된다.

아직까지 법원과 노동위원회 판정상 조사 단계에서 조사대상 직원의 방어권은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되더라도 제한적 효과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사대상 직원의 개인정보, 사생활, 음성권 등에 대한 권리 의식, 조사 단계부터 외부의 전문적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날로 제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무상 조사 단계에서 방어권 이슈가 제기되고, 절차 진행상 분쟁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업 인사·감사 담당자는 이러한 현상에 유념하고, 조사에 임해 조사대상 직원의 방어권에 항상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법적으로 명확히 인정되는지 문제만 고려하는 경직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즉, 비록 법적으로 방어권이 인정되는지 분명하지 않은 사안이라도, 합리적 한도에서 조사대상 직원 요구를 수용하며 방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 방지를 앞세우는 유연한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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